겨울 초입의 소방서는 어느 때보다 바빠진다. 사계절 중 유독 화재가 많은 겨울철을 준비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재 예방이라면 맨 먼저 생각나는 말이 곡돌사신(曲突徙薪)이다. 굴뚝을 구부리고 아궁이 근처의 땔나무를 옮기는 작은 수고로움으로 화재라는 큰 재앙을 방지할 수 있으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경기도 화재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 겨울철 (12~2월) 화재 7,161건 중 2,073건, 약 30%가 주택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주택화재 인명피해는 총 144명(사망 25명, 부상119명)으로 나타났다. 화재 사망 원인이 78%가 질식사고인 것을 감안할 때 얼마나 빨리 연기를 알아채느냐가 화재 사망자를 예방할 수 있는 핵심이라 하겠다.

때문에 지난 십수 년간 경기도 소방은 주택화재경보기 보급에 힘써 왔다. 주택화재경보기는 약간의 연기도 감지하여 90데시벨 이상의 경고음과 멘트로 화재를 알려준다.

90데시벨이면 소음이 심한 공장 정도의 소리이니, 자다가도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날 것이다. 소방시설이 없는 가정집에 설치하면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설치도 천정에 나가 두 개만 끼우면 되니 손쉬워서 소방관이나 의용소방대원들이 금년 말까지 장애인, 독거노인 등 재난취약계층의 92% 설치를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

하지만 누적 목표다 보니 배터리가 다 되거나 고장 난 곳, 관리되지 않는 곳,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 기숙사 등 보이지 않는 틈새를 감안하면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또한 예산으로 개인 주택에 주기적으로 보급 교체하기에는 한계도 뚜렷하다.

예전 MBC에서 방영된 만 원의 행복이란 예능 프로가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있다.

만 원이라면 주택화재경보기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생리적 욕구 다음 단계로 안전욕구를 말하고 있다. 인간 욕구 3~5단계를 정신적 욕구로 분류하기도 하니 아마도 안전이 행복의 시작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부담 없는 가격과 간단한 설치, 작은 수고로움으로 큰 재앙을 예방하는 곡돌사신(曲突徙薪)을 실천해 보자. 만 원으로 안전을 사서 주방 쪽 천정에 반듯하게 설치해 행복을 만들어 보자, 고향 집 부모님 댁에도 만 원의 행복을 전해드리고 집들이하는 친구에게도 선물하자 연말연시 모임에서는 경품이나 기념품으로, 이웃 또는 고마운 지인들과 함께 넉넉한 행복을 느껴보기를 권하고 싶다.

길영관 오산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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